'통합돌봄법' 시행 코앞…재정·인프라 한계에 ‘반쪽 출발’ 우려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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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2회 작성일 26-03-18 17:43 SNS 공유 :본문
'통합돌봄법' 시행 코앞…재정·인프라 한계에 ‘반쪽 출발’ 우려

의료·요양·돌봄을 지역에서 통합·연계해 누구나 익숙한 일상속에서 건강한 삶을 이어가도록 지원하는
'지역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3월 27일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지역사회에서 통합 제공하는 이 제도는 고령화 심화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정책으로 평가된다.
시행을 불과 열흘 앞둔 시점에서 재정과 전달체계 전반에 걸친 구조적 한계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통합돌봄법은 지역사회 중심 돌봄 체계로의 전환을 선언한 정책적 출발점이지만
지금과 같은 예산 규모와 분절된 재정 구조로는 제도 취지가 현장에서 온전히 구현되기 어렵다는 우려가 높다.
가장 큰 문제는 관련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2026년 통합돌봄 예산으로 총 914억 원을 편성했다.
당초 정부가 편성한 예산은 777억 원이었다. 예산 편성 과정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약 1,700억 원 규모 증액 필요성을 제기했고,
시민사회 역시 최소 2,000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강력히 촉구핱 끝에 137억 원이 증액된 것이다.
914억 원의 예산은 ‘전국 단위 제도 시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세부적으로는 지역 돌봄 서비스 확충 620억 원, 전담 인력 인건비 192억 원, 정보시스템 구축 등 기반 조성에 103억 원이 배정됐다.
전년도 대비 13배 확대된 규모이지만 전국 229개 시·군·구에 적용할 경우 지자체당 평균 약 4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돌봄 현장에서는 “기본적인 사업 운영조차 쉽지 않은 수준”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재단법인 돌봄과미래 등 60개 시민단체는 작년 12월 공동성명서를 통해 "이번 예산안은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을 목전에 두고
준비를 하고 있던 지자체 현장의 공무원 돌봄의 제공자들과 돌봄의 당사자 그리고 가족들의 기대를 송두리째 뒤엎는 사건이자 충격"이라며
"이번 돌봄 예산은 예산을 넘어 정치적 오판"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돌봄 재원은 건강보험(의료), 장기요양보험(요양), 국고 및 지방비(복지·돌봄)로 나뉘어 각각 별도의 체계로 운영된다.
이로 인해 하나의 대상자에게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행정 절차와 기관 간 협의가 필수적이다.
결과적으로 이용자 중심의 통합 지원보다는 사업 단위 지원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제도 시행을 위한 행정적 준비는 상당 부분 이뤄졌지만 실행 역량은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가 통합돌봄 본 사업을 앞두고 229개 시군구의 준비 상황을 점검한 결과에 따르면
2026년 1월 기준 전국 229개 지자체 가운데 197곳(86.8%)이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200곳(87.3%)이 전담 조직을 구성했고, 209곳(91.3%)이 전담 인력을 배치했다.
복지부는 지자체 통합돌봄 전담인력으로 확보한 정원 총 5,346명이 현장에 즉시 배치될 수 있도록 전국 시군구의 인력배치 계획을 조사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시도와 협력해적정 인력 배치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문제는 ‘실행 역량’이다. 돌봄 인력과 서비스 인프라는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된 반면,
지방은 방문의료 인력 부족과 서비스 공급 기반 취약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동일한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지역에 따라 서비스 접근성과 질이 크게 달라지는 ‘돌봄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복지부의 '지역사회 통합돌봄 추진 로드맵'에 따르면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우선 노인, 고령 장애인, 65세 미만
의료필요도가 높은 심한 장애인(지체, 뇌병변 등)을 대상으로 시작한다.
2단계부터는 중증 정신질환자로 확대하며 모든 장애인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돌봄 필요도가 높은 대상자 유형을 분석하여
3단계에서 추가 확대할 예정이다.
정부는 통합돌봄 초기 단계에서 보건의료, 건강관리, 장기요양, 일상생활 지원 등 4개 분야 30종 서비스를 연계하고,
2030년까지 이를 60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2026~2027년 도입기, 2028~2029년 안정기,
2030년 이후 고도화기로 이어지는 단계적 추진 로드맵도 제시했다.
서비스 종류 확대가 곧 ‘통합의 실현’을 의미하진 않는다.
재정과 인력, 전달체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서비스는 늘어나더라도 이용자의 체감도는 낮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무엇보다 재정 구조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처별·사업별로 분산된 예산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포괄보조금이나 특별회계 도입이 필요하며,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맞게 자율적으로 재원을 운용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건강보험노동조합 황병래 위원장은 “올해 통합돌봄 예산은 약 914억 원으로 전국 229개 지자체의 원활한 사업 수행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최근 정부가 발표한 통합돌봄 로드맵 재정구조 계획에 따르면 사회보험의 재정 일부를 지속해서
통합돌봄 사업에 투입하려 할 것으로 보여 건강보험과 통함돌봄 두 제도 모두를 부실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작년 7월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서미화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김예지·최보윤 의원(국민의힘),
(재)돌봄과미래,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공동주최로 열린 돌봄통합지원법 하위법령과 시행 방안 정책 토론회에서 돌봄보장기금 설치 방안이 제시된 바 있다.
당시 토론회에서 변재관 한일사회보장정책포럼 대표는 '통합돌봄'에서 ‘전국민돌봄보장’까지 단계적 재정확보를 위해 1단계로 국고를 통해 재원을 마련한 후
2단계로는 건강증진기금(담배 판매량 제세부담금)을 통해 약 75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3단계는 일본처럼 '돌봄보장기금'을 설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단년도 사업 중심에서 벗어나 중장기 재정 계획을 수립하고,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간 연계를 강화하는 등 안정적 재원 확보 방안도 병행해야 한다.
지역 간 격차 해소를 위한 차등 지원 역시 필수 과제로 꼽힌다.
건강돌봄시민행동 강주성 대표는 “돌봄 관련 예산은 여러 사업으로 분절되어 있고,
재원과 회계 구조도 제각각이라 지역사회 돌봄 체계가 유기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며 "국고보조 중심의 예산 운영은 지역
현실과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 결국 지자체의 재정 부담만 커지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출처 - 라포르시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