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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어린이·노인 누구에게나 '열린 도시'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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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13회 작성일 26-09-02 16:43 SNS 공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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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어린이·노인 누구에게나 '열린 도시'를 꿈꾸다

[장벽을 허무는 '문턱' 없는 도

 


순천시 장천동 시민로에 조성한 ‘UD거리’
순천시 장천동 시민로에 조성한 ‘UD거리




도시에 '문턱'을 없앤다는 것은 단순히 계단 옆에 경사로를 설치하는 일이 아니다. 휠체어가 불편 없이 이동할 수 있는 보도, 유모차를 비롯한 보행보조기구가 걸리지 않는 평탄한 노면, 노인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벤치, 시각장애인이 길을 찾을 수 있는 정보, 어린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안내판까지, 도시를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의 다양한 조건을 처음부터 고려해야 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순천시는 이러한 개념을 도시 전체로 확장하기 위해 일찌감치 '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 UD)'에 주목했다. 유니버설디자인은 연령이나 성별, 장애, 신체조건, 능력, 국적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제품과 서비스, 공간과 환경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개념이다. 장벽·장애물을 제거하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에서 출발했지만 단순한 물리적 접근성을 넘어 정보와 서비스, 생애주기와 이용자의 다양한 경험까지 고려한다.

순천시는 2019년부터 본격적인 유니버설디자인 도시 조성에 나섰다. 2019년 11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순천시 유니버설디자인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도시환경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드는 동시에 다양한 사용자의 요구와 시민 참여를 반영하는 체계를 마련하고자 했다. 기본계획에는 방향과 원칙뿐 아니라 가로·공원·공공건축물·관광지별 가이드라인, 법제화와 전담조직, 인증제도, 교육, 주민참여, 홍보 등 실행방안까지 담았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의 식별성을 높이기 위한 ‘순천형 장애인전용주차구역 표식’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의 식별성을 높이기 위한 ‘순천형 장애인전용주차구역 표식’





거리에서 관광지까지… 도시 곳곳에 UD 적용 






시범사업 가운데 하나가 원도심 장천동 일대에 조성한 '시민로 UD거리'다. 시민로 일대를 대상으로 보행환경을 정비하고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하면서 순천형 UD를 실제 도시공간에 구현하려 했다.

조성 과정에서 행정이 일방적으로 시설을 설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용자 의견을 반영하려는 시도도 이어졌다. 공무원, 상인, 지역주민, 장애인·노인·여성 등 다양한 이용자와 정책담당자가 현장토론회를 열어 보행자 안전과 시설물, 상권 활성화 등을 논의했다. 주차공간 확충과 불법투기 예방을 위한 CCTV 설치, 상점 간판과 거리 조형물 정비, 야간조명과 경관 개선, 문화행사 개최 등 현장의 요구도 제시됐다.

유니버설디자인 적용을 도시 전체로 확산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도 나섰다. 시가 발주하는 사업의 설계용역사와 시공사, 지역 건축·설계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한편 공공시설뿐 아니라 민간시설까지 UD 적용을 확산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의 식별성을 높이기 위한 '순천형 장애인전용주차구역 표식'도 그중 하나다. 야간이나 먼 거리에서도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별도의 표식을 만들어 시청과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공영주차장 등을 시작으로 확대했다. 도시의 거대한 공간을 한꺼번에 바꾸는 것뿐 아니라 일상에서 이용자가 겪는 작은 불편까지 개선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순천만국가정원에는 이동약자들의 안전한 보행을 위해 모든 건물과 시설물에 문턱이 없다.
순천만국가정원에는 이동약자들의 안전한 보행을 위해 모든 건물과 시설물에 문턱이 없다.





순천만국가정원에는 이동약자들의 안전한 보행을 위해 모든 건물과 시설물에 문턱이 없다.
순천만국가정원에는 이동약자들의 안전한 보행을 위해 모든 건물과 시설물에 문턱이 없다.








관광의 문턱을 낮추려는노력







관광도 주요 영역이다. 순천에서 관광지 접근성은 시민의 이동권을 넘어 누구에게나 여행할 권리를 보장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 낙안읍성, 드라마촬영장 등은 장애인과 고령자, 영유아 동반가족 등 관광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높이는 시설 개선을 추진했다.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열린 관광지'로 인증받은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에는 휠체어 이동 가능 동선을 표시한 안내물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가이드북, 촉지음성안내판 등이 갖춰져 있다.

그러나 '열린 관광지'라는 이름이 모든 불편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재 한국관광공사의 순천만국가정원 무장애 관광정보에서도 정원 대부분은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지만 한국정원 진입 구간이나 일부 언덕에서는 동행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안내한다.

순천시가 2020년 수립한 유니버설디자인 기본계획에서도 이미 이 같은 한계를 짚었다. 무장애 인증을 받은 일부 공간조차 실제 장애인과 노약자가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확인됐으며, 개별 시설만 볼 것이 아니라 해당 장소에 도착하기까지 거쳐야 하는 보행로와 안내표지, 안내소, 서비스 등을 함께 분석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순천만국가정원에는 이동약자들의 안전한 보행을 위해 모든 건물과 시설물에 문턱이 없다.
순천만국가정원에는 이동약자들의 안전한 보행을 위해 모든 건물과 시설물에 문턱이 없다. 








계획 단계에서부터 드러난 '도시의 문턱'






순천시가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실시한 현장조사를 보면 문제는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가로에서는 횡단보도 진입부의 각종 시설물이 보행을 방해하거나 차량 진출입구에 설치된 과도한 볼라드가 보행의 연속성을 끊는 문제가 발견됐다. 버스승차대가 보행로를 좁게 만들거나 맨홀과 보도 사이에 단차가 발생한 곳도 있었다.

 
공원에서도 출입구의 좁은 볼라드 간격 때문에 휠체어 접근이 어렵고, 보행로 단차와 배수구 때문에 유모차 바퀴나 지팡이가 빠질 위험이 있는 곳이 확인됐다. 장애인화장실이 설치돼 있더라도 통로가 좁거나 출입문 구조 때문에 실제 휠체어 이용자의 접근이 어려운 사례도 있었다. 계단으로만 연결된 공간 역시 휠체어나 유모차 이용자의 접근을 막았다.

이러한 사례는 '편의시설이 있느냐'만으로 배리어프리 수준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장애인화장실이 있어도 그곳까지 갈 수 없다면 이용할 수 없고, 경사로가 있어도 경사가 지나치게 가파르거나 이동 동선 중간에 단차가 있다면 이동권은 끊긴다.




장애인 당사자가 길 다녀보니



이 같은 문제를 행정이 아닌 이용자의 눈높이에서 확인하려는 민간의 실험도 있었다. 순천의 장애인단체인 사이영협동조합은 2023~2024년 순천 시내에서 장애인 당사자와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보행환경 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순천시의 '대자보(대중교통·자전거·보행)' 정책과 연계해 이동약자도 편리하게 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로 '휠스토리'라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앱을 켜고 직접 길을 이동하면 위치정보를 활용해 5m마다 이동기록이 남는다. 길의 경사도와 상태에 따라 이동 가능 정도를 기록하고 장애물이나 갑작스러운 경사, 진입하기 어려울 정도로 좁은 폭 등을 발견하면 현장에서 체크해 어플에 등록한다. 초록색 점은 휠체어 이동이 가능한 곳, 노란색 점은 휠체어로 이동이 가능하지만 불편한 곳, 빨간색 점은 휠체어로 전혀 이동할 수 없는 곳으로 표시했다.

조사에는 장애인 당사자와 봉사자 등 30여 명이 참여했다. 휠체어 장애인인 강세웅 사이영협동조합 이사장도 직접 휠체어를 타고 순천 곳곳을 다니며 이동환경을 살폈다. 문제가 있는 곳은 사진과 내용을 기록해 순천시 도로 관련 부서에 개선을 건의했다.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도시의 보행환경을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이를 장애인 일자리와 연결하는 방안까지 구상했다. 하지만 사업은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공모사업 기간이 끝나면서 애플리케이션을 유지·관리할 재원이 끊겼고 현재 휠스토리 앱은 구동이 중단된 상태다.




순천의 장애인단체인 사이영협동조합이 보행환경 조사를 진행하면서 개발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휠스토리 화면
순천의 장애인단체인 사이영협동조합이 보행환경 조사를 진행하면서 개발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휠스토리 화면








지속적인 조사·관리 필요






지속적인 조사와 관리는 필수적이다. 새로 설치한 보도블록은 시간이 지나면 깨지고 들뜨며, 가로수는 자라고 상점 앞에는 새로운 적치물이 생긴다. 공사가 반복되면서 멀쩡했던 보행로에 다시 단차가 생길 수도 있다. 처음 한 번의 정비로 '무장애 도시'가 완성될 수 없는 이유다.

강세웅 이사장은 "현장을 다니다 보면 처음 조성할 당시에는 문제가 없던 보행로도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장애물이 생긴다"며 "대표적인 사례가 가로수 뿌리다. 나무가 성장하면서 뿌리가 보도블록을 밀어 올리고 노면에 단차가 생겨 휠체어나 보행보조기구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위험한 길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다시 추진하고 싶은 사업"이라며 "순천시와 협업해 보행환경 조사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면서 환경을 개선하고, 지속적인 조사를 통해 장애인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순천의 사례는 함양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도 시사점을 주고 있다. 배리어프리와 유니버설디자인은 경사로 몇 개, 장애인화장실 몇 곳을 만드는 '사업'으로 끝날 수 없다. 설계와 시공, 이용, 평가, 유지관리, 다시 개선하는 과정이 반복되는 도시 운영의 원칙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강세웅 이사장은 "순천만국가정원이나 순천만습지, 낙안읍성 등이 열린관광지로 조성됐지만 실제 이동약자가 가보면 여전히 불편한 부분이 있다"며 "정책적으로 잠깐 추진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조사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오마이뉴스


출처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