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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스마트폰 스크린타임과 디지털 시민권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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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8회 작성일 26-05-29 11:56 SNS 공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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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스마트폰 스크린타임과 디지털 시민권의 문제




하철 안에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본다. 
누군가는 뉴스를 읽고, 누군가는 영상을 보며, 누군가는 메신저로 대화를 나눈다.

현대 사회에서 스마트폰은 더 이상 단순한 통신기기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일상과 사회를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인터페이스가 되었다. 
그러나 장애인의 스마트폰 사용을 바라볼 때 사회는 종종 모순된 태도를 보인다.

한편에서는 장애인을 “디지털 소외계층”이라고 말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장시간 스마트폰 사용을 “과의존”이나 “중독”의 문제로만 바라본다. 
하지만 장애인의 스마트폰 사용은 단순히 사용시간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복합적 의미를 가진다.

비장애인에게 스마트폰이 편의의 도구라면, 많은 장애인에게 스마트폰은 사회와 연결되는 생존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장애인 스마트폰 사용의 명암. (생성형 AI 활용 생성 이미지) ⓒ 김경식
장애인 스마트폰 사용의 명암. (생성형 AI 활용 생성 이미지
 




실제로 스마트폰은 장애인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과거에는 전화 한 통, 문자 한 줄, 길찾기 하나조차 누군가의 도움에 의존해야 했던 장애인이 
이제는 손안의 작은 기기를 통해 세상과 직접 연결될 수 있게 되었다.

시각장애인은 스크린리더를 통해 정보를 읽고, 청각장애인은 문자와 자막 기능으로 소통하며, 
뇌병변 장애인과 발달장애인은 AAC(보완대체의사소통) 앱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 
스마트폰은 장애인에게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손 안의 보조공학’이 된 셈이다.

특히 중증 장애인에게 스마트폰은 사회참여의 방식 자체를 바꾸어 놓았다. 
이동이 어려운 사람에게 온라인 공간은 물리적 장벽을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적 공간이 된다. 
온라인 강의와 재택근무, 플랫폼 노동과 화상회의, 
모바일 금융과 SNS 활동은 장애인의 사회참여 가능성을 이전보다 훨씬 넓혀 놓았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사회가 확대되면서 이러한 변화는 더욱 가속화되었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은 장애인의 고립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애인은 이동 제약과 사회적 낙인, 
접근성 부족으로 인해 비장애인보다 사회적 고립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이때 스마트폰 기반 메신저와 SNS, 온라인 커뮤니티는 단순한 소통 수단을 넘어 관계망과 시민권의 공간이 된다. 
장애 경험을 공유하고, 정책 문제를 논의하며, 사회적 발언을 이어가는 활동은 이제 스마트폰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근 한국 사회에서는 스마트폰 과의존과 디지털 중독에 대한 우려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하루 4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비율은 38%에서 63.6%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사용시간 자체가 사회적 위험의 지표처럼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장애인의 스마트폰 스크린타임은 단순히 “오래 사용한다”는 기준만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서도 장애인의 모바일 인터넷 이용과 스마트기기 활용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오락 소비 증가라기보다 정보 접근과 사회참여 자체가 점점 스마트폰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예를 들어 비장애인에게 하루 6시간의 스마트폰 사용은 “과도한 사용”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장애인에게 같은 시간은 AAC를 통한 의사소통과 스크린리더 기반 정보 탐색, 원격수업과 온라인 학습, 
재택근무와 플랫폼 노동, 온라인 병원 예약과 행정서비스 이용, 장애인 자조모임과 커뮤니티 활동, 
SNS 기반 사회적 관계 유지까지 모두 포함하는 시간일 수 있다. 즉 장애인의 스크린타임은 단순 소비 시간이 아니라 사회참여 시간일 가능성이 크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장애인의 스마트폰 사용은 일반적인 “중독 담론”과 다른 방식으로 읽어야 한다. 
장애인에게 스마트폰은 단순 오락기기가 아니라 의사소통 도구이자 이동 보조기기이며, 사회참여 플랫폼이자 노동 수단이고, 
정보접근 장치이자 디지털 시민권의 창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스마트폰은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도 만들어내고 있다.

우선 스마트폰 기반 사회는 여전히 ‘평균적인 비장애인의 몸’을 기준으로 설계되는 경우가 많다. 
앱의 작은 버튼과 짧은 입력시간, 복잡한 인증절차와 스크린리더와 충돌하는 인터페이스, 음성 중심 시스템은 장애인의 접근을 어렵게 만든다. 
특히 금융앱과 배달앱, 키오스크 연동 서비스처럼 일상생활과 직결되는 플랫폼에서 접근성 문제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그 기술이 누구를 기준으로 만들어졌는가의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인공지능 기반 스마트폰 환경에서 나타난다. 
오늘날 스마트폰은 단순한 기기가 아니라 AI 플랫폼이 되었다. 
음성인식과 얼굴인식, 추천 알고리즘과 자동완성 기능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학습하며 작동한다. 
그런데 이 데이터는 대부분 “평균적 사용자”를 기준으로 구축된다.

비표준적인 발화와 느린 입력 속도, 떨림 있는 손 움직임, AAC 기반 의사소통은 AI 시스템에서 충분히 학습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 장애인은 음성인식 실패와 얼굴인식 오류, 자동화 시스템 배제 같은 문제를 경험한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적 오류가 아니다. 
장애인의 몸과 언어가 데이터에서 지워지는 문제다.

영국의 저널리스트 필 존스 는 『노동자 없는 노동』에서 플랫폼 자본주의가 인간 노동을 없앤 것이 아니라 
더 잘게 쪼개고 더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그는 “인공지능은 데이터 노동 없이는 성립할 수 없다”고 말한다. 
AI는 스스로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데이터를 분류하고 정제하며 
수정하기 때문에 작동한다는 의미다.

장애인의 스마트폰 문제 역시 이와 연결된다. 
AI가 장애인의 몸과 언어를 충분히 학습하지 못한다면, 디지털 사회는 결국 비장애인의 신체와 속도를 기준으로 작동하게 된다. 
이는 디지털 접근성의 문제를 넘어 디지털 시민권의 문제이기도 하다.

또 하나 놓쳐서는 안 되는 문제는 플랫폼 노동이다. 
최근 장애인 중 일부는 데이터 라벨링이나 콘텐츠 검수, 온라인 상담 같은 스마트폰 기반 플랫폼 노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동 제약이 큰 장애인에게 재택 기반 디지털 노동은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은 동시에 매우 불안정하다. 
사회보험은 부족하고 임금은 건당 수수료 형태이며, 알고리즘 평가 시스템은 속도와 생산량 중심으로 작동한다. 손 움직임이 느리거나 
피로도가 높은 장애인에게 이러한 구조는 새로운 기회이자 동시에 새로운 배제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장시간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건강 문제 역시 존재한다. 
특히 뇌병변 장애인이나 근육장애인의 경우 장시간 스마트폰 사용은 손목과 목, 어깨 통증과 피로도를 증가시킬 수 있으며, 
시각장애인의 경우 음성 기반 정보 탐색 과정에서 인지 피로가 누적될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단순 사용시간이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장애인의 스마트폰 사용이 얼마나 접근 가능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얼마나 자립성을 높이고 있는지, 얼마나 사회참여와 인간다운 삶을 가능하게 하고 있는지의 문제다.

접근 가능한 스마트폰은 장애인의 삶을 확장할 수 있다. 
그러나 접근성이 배제된 스마트폰은 장애인을 더 깊은 디지털 장벽 속으로 밀어 넣을 수도 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다. 
누구의 몸을 기준으로 사회가 설계되는가의 문제다.

오늘날 스마트폰은 사실상 현대 시민권의 인프라가 되었다. 
스마트폰에 접근하지 못하면 금융과 교육, 노동과 교통, 정보와 인간관계 모두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장애인의 스마트폰 접근성은 단순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 사회는 단순한 스마트폰 보급률이나 사용 시간만을 논할 것이 아니라 다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장애인의 몸과 속도, 언어와 감각까지 포함하는 디지털 사회를 만들 준비가 되어 있는가.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 
그리고 스마트폰 역시 누구의 삶을 기준으로 설계되느냐에 따라 해방의 도구가 될 수도, 새로운 차별의 구조가 될 수도 있다.

손 안의 작은 화면은 지금도 세상을 연결하고 있다. 
그러나 그 세상이 과연 모든 인간에게 동등하게 열려 있는지는 아직 끝나지 않은 질문이다.

 


출처 : 에이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