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 장애인의 여행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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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7회 작성일 26-07-10 09:30 SNS 공유 :본문
다른 나라 장애인의 여행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속리산 법주사 산책 중
여름 휴가철이다.
공항과 기차역, 고속도로는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누군가는 가족과 바다를 찾고, 누군가는 산과 숲에서 휴식을 즐긴다.
여행은 특별한 사치가 아니라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그러나 이 평범한 풍경은 모든 사람에게 허락된 것은 아니다.
특히 중증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여행은 아직도 계획할 수 있는 일상이 아니라,
많은 준비와 도움,
그리고 운이 따라야 가능한 특별한 사건에 가깝다.
한 나라의 수준은 경제 규모나 화려한 관광지가 아니라,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얼마나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가에서 드러난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다름없이 목적지를 선택하고 이동하며,
중증 와상장애인도 가족과 함께 휴가를 떠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회라면,
그 나라는 인간의 존엄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나라일 것이다.
지난 5월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누림은 중증 와상장애인 가족들과 함께 동해안 여행을 다녀왔다.
특수차량과 응급의료 인력이 동행한 쉽지 않은 일정이었지만,
참가자들은 "꿈같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씁쓸한 생각도 들었다.
왜 우리 사회에서 중증장애인의 여행은 여전히 '꿈'으로 남아 있어야 할까.
세계는 이미 장애인의 여행을 개인의 소망이 아니라 사회가 보장해야 할 권리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프랑스는 장애인 여행을 국가가 책임지는 대표적인 나라다.
장애인을 위한 숙박형 여행 프로그램은 국가 인증제(VAO)를 받아야 운영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여행의 안전성과 서비스 수준을 관리한다.
또한 국립휴가쿠폰기관(ANCV)은 저소득 장애인 가족에게 숙박과 여행비를 지원하고,
장애로 인한 추가 여행비용은 장애인 지원제도를 통해 별도로 보조한다.
보호자의 교통비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여행은 개인의 부담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영역이라는 철학이 제도에 담겨 있다.
영국은 민간의 전문성이 돋보인다.
장애인 전문 여행기업인 '리미트리스 트래블(Limitless Travel)'은 중증장애인의 건강 상태와 돌봄 수준을 고려해 개인별 여행을 설계한다.
접근 가능한 숙소와 이동수단은 물론 필요한 의료·돌봄 서비스까지 함께 준비한다.
영국 정부와 관광 분야는 장애 친화 숙박시설에 대한 평가와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하고,
다양한 민간기업이 장애인 여행 시장에 참여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장애인은 특별한 고객이 아니라 중요한 소비자로 인정받는다.
미국은 접근 방식이 조금 다르다.
'홈 앤 커뮤니티 베이스드 서비스(HCBS)'의 핵심은 '서비스가 사람을 따라간다'는 것이다.
복지서비스가 시설에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에게 귀속되기 때문에,
여행을 가더라도 필요한 돌봄과 지원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일부 지역에서는 긴 대기기간이라는 한계도 있지만,
적어도 여행과 여가를 장애인의 삶에서 배제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분명하다.
일본은 '유니버설 투어리즘'이라는 개념을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
간호사와 개호복지사, 작업치료사 등이 여행에 동행하는 전문 여행서비스가 활성화되어 있으며,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과 관광지 정보를 쉽게 제공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2024년부터는 개정 장애인차별해소법 시행으로 여행사업자의 합리적 배려가 법적 의무가 되면서
장애인 여행은 더욱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사례는 서로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장애인의 여행을 선의나 봉사가 아니라 하나의 권리이자
사회가 함께 만들어야 할 서비스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리나라도 의미 있는 변화는 시작되고 있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은 산림복지서비스이용권을 통해 장애인과 취약계층의 여행을 지원하고 있으며,
무장애나눔길 조성과 국립자연휴양림 장애인 우선예약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민간단체들도 중증장애인 가족 여행 프로그램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장애인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숙박시설은 충분하지 않고,
중증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이동과 돌봄 서비스도 대부분 가족의 부담에 의존한다.
여행 지원 역시 일회성 사업이나 체험 프로그램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비장애인에게 휴가는 일상이지만, 장애인에게는 여전히 특별한 행사인 셈이다.
이제 우리도 질문을 바꿀 때가 되었다.
'장애인에게 여행을 지원할 것인가'가 아니라
'장애인이 누구나 여행할 수 있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
장애인 여행을 새로운 사회서비스이자 하나의 시장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접근 가능한 숙박시설과 교통, 여행사, 돌봄서비스, 의료지원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프랑스와 영국의 사례가 보여주듯 공공은 기반을 만들고,
민간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태계가 만들어질 때 지속가능한 장애인 여행 문화가 가능하다.
여행은 단순히 관광지를 방문하는 일이 아니다.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경험하며,
삶의 활력을 되찾는 과정이다.
장애인에게도 여행은 특별한 선물이 아니라
누구나 누려야 할 평범한 삶의 한 부분이어야 한다.
언젠가 중증 와상장애인 가족이 "올해 여름에는 어디로 휴가를 갈까?"를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우리는 장애인 여행 정책을 잘 만든 나라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나라에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에이블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