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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부산 생태공원 화장실…장애인에겐 높은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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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170회 작성일 22-04-26 16:28 SNS 공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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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삼락·화명생태공원 등 둘러보니
리프트 없거나 작동 안 해
지난 19일 부산시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안에 있는 한 화장실의 휠체어 리프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모습. 사상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제공
지난 19일 부산시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안에 있는 한 화장실의 휠체어 리프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모습. 사상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제공

 

지난 22일 오후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안 사이클 경기장 근처.

 

전동휠체어를 탄 노경수(49) 사상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이 근처 화장실을 찾았지만,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돼 있지 않아 이용할 수 없었다. 근처를 돌아다니다 휠체어 리프트가 딸린 컨테이너 모양의 화장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곧바로 휠체어 리프트에 올랐다. 정상 작동하는 것처럼 보였던 휠체어 리프트는 절반가량 올라가다 갑자기 멈춰 섰다. 150㎏이 넘는 전동휠체어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작동이 중지된 것으로 보였다. 몇차례 더 시도했지만 휠체어 리프트는 더는 올라가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급하게 발걸음을 되돌려 800여m 떨어진 부산김해경전철 괘법르네시떼역까지 가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었던 노 센터장은 “지난해 가을쯤 이곳 화장실을 이용했을 때는 (휠체어 리프트가) 작동했었다. 시설 노후화에도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3일 전동휠체어를 탄 20대 장애인 ㄱ씨도 바람을 쐬러 부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들과 함께 북구 화명생태공원을 찾았다. ㄱ씨도 작동하지 않는 휠체어 리프트 때문에 화장실 앞에서 발만 동동 굴러야 했고, 결국 사람들 눈을 피해 공원 한쪽에서 볼일을 봐야 했다. 공원을 찾은 사람들이 ㄱ씨를 향해 손가락질했고, 그는 수치심을 느껴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부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사상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삼락생태공원과 화명생태공원 화장실을 조사한 결과, 전체 화장실 25곳 가운데 14곳이 휠체어 이용자가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는 삼락·화명 등 관내 생태공원 5곳에 있는 장애인 화장실 37곳의 전수조사에 나섰다.

 

지난 19일 부산시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안에 있는 한 화장실의 휠체어 리프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모습. 사상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제공
지난 19일 부산시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안에 있는 한 화장실의 휠체어 리프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모습. 사상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제공

 

제대로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는 장애인의 현실은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19일 오후 대구시 달성군 옥연지 송해공원으로 나들이에 나선 ‘질라라비 장애인야학’ 학생들은 제대로 된 장애인 화장실을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굴렀다.

 

전신마비 판정을 받고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알려온 유튜버 박위(35)씨의 ‘장애인 화장실 체험 영상’을 보면, 그는 서울역·용산역 등에 설치된 장애인 화장실의 문이 잠겨 들어가지 못하고 돌아섰다. 한강변 장애인 화장실에서는 경사로가 높아 힘겹게 오르는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

 

노 센터장은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필요할 때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면 인간으로서 존엄성마저 잃어버린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회 곳곳의 공공시설에 있는 장애인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전수조사해 마땅한 조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