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커뮤니티

언론활동 및 보도자료

노컷뉴스 CBS - '전동휠체어 NO!' 장애인 시설 구색만 갖춘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페이지 정보

조회 : 171회 작성일 21-06-11 14:34 SNS 공유 :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본문

'전동휠체어 NO!' 장애인 시설 구색만 갖춘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부산CBS 박진홍 기자 l 2021-06-08 09:58

 

블루라인파크 '관광열차'·'스카이캡슐' 전동휠체어 탑승 불가
승강장 장애인 화장실도 공간 좁아 쓸 수 없어
운영사 "전동휠체어 고려 못 해…의무사항 아냐"
장애인단체 "엄연한 장애인 차별…인권위 제소"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해변 열차. 박진홍 기자

 

부산 동해남부선 폐선부지를 달리는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관광열차에 마련된 각종 장애인 시설이 정작 장애인은 이용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인단체는 비슷한 사례에 대해 인권위가 '차별' 결정을 내린 점을 근거로, 운영사 등을 인권위에 제소한다는 계획이다.

 

◇'해변 열차' 껍데기뿐인 휠체어 표식…화장실도 못 써

7일 오전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청사포 승강장.

평일 이른 시간임에도 열차에 앉아 해운대 해변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난 탓인지, 승강장 안은 '해변 열차'를 타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전동휠체어를 탄 박현만 씨가 매표소 앞에서 다른 승객들이 표를 사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박진홍 기자

다른 승객들과 마찬가지로 전동휠체어를 탄 박현만(42)씨가 해변 열차 매표소로 다가가자, 안내 직원이 "전동휠체어는 열차를 탈 수 없다"고 막아섰다.

박씨가 이유를 묻자, 이 직원은 "수동휠체어 탑승용 경사로는 마련돼 있지만, 전동휠체어는 회사 방침상 탑승이 안 된다"고 답했다.

실제로 승강장 한편에는 휠체어 탑승용 경사로가 마련돼 있었지만, 두께가 매우 얇아 전동휠체어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어 보였다.

 

블루라인파크 승강장에 마련된 휠체어용 경사로. 박진홍 기자

안내 직원은 "전동휠체어를 탄 승객이 가끔 오는데, 탑승을 할 수 없어 대부분 그냥 돌아가신다"고 말했다.

해변 열차보다 가격이 3배 넘게 비싼 '스카이캡슐'도 박씨가 탑승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내부에 설치된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모두 고정돼 있어, 전동휠체어가 들어갈 공간 자체가 없었다.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스카이캡슐 내부 모습. 박진홍 기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송정역 승강장으로 이동해 전동휠체어가 열차에 탑승할 수 있는지 물었으나, 이곳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송정역 매표소 직원은 "전동휠체어는 탑승이 안 되고, 접이식 휠체어도 다른 사람 도움을 받아 열차에 탑승한 뒤 휠체어를 접어놓는 식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정역에 대기 중인 해변 열차 출입문에는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하늘색 휠체어 마크가 붙어 있었지만, 박씨는 끝내 열차를 타지 못하고 전동휠체어를 되돌려야 했다.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해변 열차 출입문에 휠체어 마크가 붙어 있다. 박진홍 기자

문제는 열차뿐만이 아니었다. 승강장에 마련된 장애인 화장실 역시 실제 장애인이 이용할 수 없는 구조로 설치돼 있었다.

청사포 승강장 화장실은 공간이 좁아 휠체어가 들어서자 자동문이 닫히지 않는 데다가, 내부에 쌓인 각종 청소도구 때문에 회전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송정역 승강장 화장실은 이보다 더 공간이 좁아 전동휠체어가 완전히 들어갈 수도 없었다.
 

전동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구조로 설치된 블루라인파크 송정역 승강장 장애인 화장실. 박진홍 기자

박씨는 "블루라인파크가 최근 떠오르는 관광지라고 해 사진을 보고 꼭 한번 타보고 싶었는데, 결국 못 타게 돼 너무 속상하다"며 "장애인 편의시설을 해놨다고 말은 하는데, 겉으로만 그럴싸한 보여주기식"이라고 꼬집었다.

 

◇운영사 "노력했으나 한계 있다"…장애인단체 "인권위 제소"

운영사 측은 전동휠체어 탑승을 고려하지 않은 점을 인정하면서도, 시설을 갖추는 게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라며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해운대블루라인 관계자는 "열차 출입문 너비가 시내버스와 같아 전동휠체어는 탑승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장애인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경사로나 열차 내부 공간을 최대한 마련했지만, 전동휠체어까지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 편의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사업장이 아님에도 최대한 이용할 수 있게 갖추려고 노력했지만, 미흡한 점이 있고 현실적인 한계는 있다"며 "항공기나 케이블카 등 역시 전동휠체어 탑승이 안 된다는 점을 참고해 달라"고 덧붙였다.
 

전동휠체어를 탄 박현만 씨가 탑승할 수 없는 스카이캡슐 내부를 바라보고 있다. 박진홍 기자

장애인단체는 이러한 보여주기식 편의시설로 장애인의 이동수단 선택과 문화시설을 즐길 권리에 제약을 두는 행위는 엄연한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사상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희영 사무국장은 "블루라인파크 해변 열차는 '노면전차'로 분류되는데, 노면전차 건설자는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쉽게 접근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시설이 필요한 경우 설치·운영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며 "장애인 표시만 있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실제로 이용할 수 없다면 규정을 안 지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인은 최소한 법이 정한 기본적인 환경만 갖춰지면 장애가 없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생활할 수 있다"며 "가진 장애를 없애 달라는 게 아니라, 기본을 갖춰달라는 건데 그것조차 안 되는 게 답답하다"고 말했다.
 

운행 중인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스카이캡슐. 박진홍 기자

사상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조만간 블루라인파크 관광열차 운영사 등을 인권위에 제소한다는 계획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4월 유원지 관광 시설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지 않는 행위를 법을 위반한 '차별 행위'라고 판단한 바 있다.

인권위 결정문을 보면, 휠체어를 이용하는 한 장애인은 지난 2019년 "대구 한 유원지에 있는 관광용 오리 전기차에 휠체어 탑승 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아 이용하지 못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인권위는 "장애인의 관광 욕구가 비장애인에 견주어 낮거나 적다고 할 수 없다"면서, "유원지를 관람하는 데 필수적인 이동시설을 장애인에게 비장애인과 비교해 동등하지 않은 수준으로 제공하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한 차별 행위"라며 설비 마련을 권고했다.

 

20190922152206237.jpg박진홍 기자 다른 기사 보러가기메일보내기네이버구독